9월 29일 화요일 오후 2시, 전북 완주 소양의 헤아리움 음악감상실에서 열린 뮤레터의 주제는 “재즈와 샹송, 라틴 선율이 어우러진 낭만의 시간”이었습니다. DJ 이광한 님의 선곡으로 스물여덟 곡이 이어졌는데, 미국의 옛 노래로 문을 열어 쿠바와 브라질, 파리를 차례로 들른 뒤 우리말 노래로 돌아오는 긴 여행 같은 오후였습니다.
초반은 귀에 익은 미국 노래들이었습니다. 패티 페이지의 ‘Tennessee Waltz’,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에 이어 팻시 클라인의 노래로 알려진 ‘Crazy’를 맨디 바넷의 목소리로 들었고, 레너드 코언의 ‘Hallelujah’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딸 비르지니아와 함께 불렀습니다.
라틴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놓았습니다. 원작 무대에서 크리스틴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먼과 반데라스가 함께 부른 ‘The Phantom of The Opera’ 다음에, 반데라스가 출연한 영화 「The Mambo Kings」의 ‘Beautiful Maria of My Soul’이 흐르면서 무대가 자연스럽게 쿠바로 옮겨 갔거든요. 쿠바의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스페인 플라멩코 가수 디에고 엘 시갈라와 부른 ‘Lágrimas Negras(검은 눈물)’, 아들이자 피아니스트인 추초 발데스와 함께한 ‘Tres palabras(세 가지 단어)’, 부에나 비스타 올스타즈의 ‘Chan Chan’이 이어졌고, 브라질 노래 ‘Mas Que Nada(그래 맞아)’는 바일라 노바가 딸 조이와 함께 불렀습니다. 보첼리 부녀에서 발데스 부자까지, 부모와 자식이 함께 부른 노래가 이날 세 번이나 나온 셈이에요.
샹송은 조 다상의 ‘Et si tu n’existais pas(당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앙리 살바도르의 노래를 라라 루이즈가 부른 ‘Jardin d’hiver(겨울정원)’, 샤를 아즈나부르의 ‘Emmenez-moi(날 데려가 줘)’로 이어졌습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와 미셸 페트루치아니 트리오의 재즈 피아노를 지나서는 ‘Autumn Leaves’와 ‘Les Feuilles Mortes(고엽)’가 나란히 놓였는데, 프랑스 노래 ‘고엽’을 영어로 옮긴 곡이 ‘Autumn Leaves’라서 같은 선율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연달아 들은 셈입니다. 프랑스어 쪽은 정미조의 목소리였고, 가을 문턱에 잘 어울리는 두 곡이었어요.
후반은 우리말 노래로 돌아왔습니다. 제목이 같은 ‘세월이 가면’이 두 곡 연달아 나왔는데, 앞의 곡은 최호섭의 노래를 윈터플레이가 재즈로 부른 것이고 뒤의 곡은 박인환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박인희와 길병민이 함께 부른 것이라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노래입니다. 이어서 박인희가 낭송한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가 흘렀습니다. 끝 무렵에는 ‘And I Love You So’를 플뢰르 쇨의 목소리로 먼저 듣고, 이 노래를 직접 쓴 돈 맥클린의 원곡으로 다시 들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였어요.




뮤레터는 이런 시간입니다
뮤레터(MUSIC LETTER)는 전북 완주 소양의 복합문화공간 헤아리움 음악감상실에서 열리는 음악편지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화요일, 그리고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되며, DJ 이광한 님이 매 회차의 주제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선곡해 LP와 진공관 사운드로 들려드립니다. 현장에서는 종이 신청서로 신청곡과 사연도 받아 함께 들려드리니, 처음 오신 분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별도 참가비는 없고 입장권 1만원(1일권)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약 없이 오셔도 되고, 하루 종일 머무를 수 있으며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재입장도 가능합니다. 전주에서 차로 20분 남짓, 소양 모래재로의 숲 곁에 있으며 카페 소리나무가 함께 있어 음악과 커피를 하루에 담아 가기 좋습니다.
지난 회차의 기록은 뮤레터 플레이리스트 아카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0월 일정은 10월 프로그램 일정과 프로그램 안내, 찾아오시는 길은 오시는 길에서 확인하세요.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소양면 모래재로 43, 문의는 010-5211-8254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