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화요일 오후 2시, 헤아리움 음악감상실의 뮤레터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추억을 담은 다양한 음악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순간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스물한 곡이 이어졌습니다. 9월의 첫날, 여름이 물러가는 자리에 남는 감정들을 DJ 이광한 님의 선곡으로 하나씩 꺼내 본 자리였습니다.
문을 연 곡은 클레오 레인과 존 윌리엄스가 함께한 ‘He was Beautiful’ — 영화 「디어 헌터」의 그 선율에 목소리를 얹은 곡으로, 기타 한 대와 노래만으로 감상실의 공기를 단번에 가라앉혔습니다. 이어 우리말 노래 세 곡이 놓였습니다. 이제하의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과 신지훈의 ‘시가 될 이야기’는 시와 노래의 경계에 선 곡들이고,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는 더 말을 보태기 어려운 이별의 노래입니다.
이날 선곡의 재미는 중반에 있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두 곡을 나란히 — 폴 모리아 악단의 연주곡 ‘Penelope’에 이어, 디에고 토레스가 스페인어로 부르는 ‘Penélope’가 곧바로 흘렀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한 번, 사람의 목소리로 한 번. 같은 이름이 전혀 다른 온도로 도착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어 조이 니세포로의 ‘Winner Takes It All’, 비시치의 ‘Gimme Gimme Gimme’가 흐르며 이별의 정서가 팝의 문법으로 옮겨 갔습니다.
후반부는 여러 언어의 사랑 노래로 채워졌습니다. 페드로 아스나르가 부르는 ‘Ya no hay forma de pedir perdon(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군요)’, 히바 타와지와 라라 파비앙이 이브라힘 말루프의 트럼펫과 함께한 ‘JE T’AIME’, 안드레아 보첼리와 바이올리니스트 캐롤라인 캠벨의 ‘Quizás, Quizás, Quizás’, 그리고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이 같은 바이올리니스트와 만난 ‘Emmanuel’까지 — 목소리와 악기가 번갈아 대화하는 흐름이었습니다. 마지막은 포르투갈의 베빈다가 부른 ‘Ja Esta(이젠 되었어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번안곡으로, 익숙한 우리 노래가 낯선 언어로 돌아와 하루를 닫았습니다.



뮤레터는 이런 시간입니다
뮤레터(MUSIC LETTER)는 전북 완주 소양의 복합문화공간 헤아리움 음악감상실에서 열리는 음악편지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화요일, 그리고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되며, DJ 이광한 님이 매 회차의 주제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선곡해 LP와 진공관 사운드로 들려드립니다. 현장에서는 종이 신청서로 신청곡과 사연도 받아 함께 들려드리니, 처음 오신 분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별도 참가비는 없고 입장권 1만원(1일권)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약 없이 오셔도 되고, 하루 종일 머무를 수 있으며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재입장도 가능합니다. 전주에서 차로 20분 남짓, 소양 모래재로의 숲 곁에 있으며 카페 소리나무가 함께 있어 음악과 커피를 하루에 담아 가기 좋습니다.
지난 회차의 기록은 뮤레터 플레이리스트 아카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일정은 프로그램 안내, 찾아오시는 길은 오시는 길에서 확인하세요.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소양면 모래재로 43, 문의는 010-5211-8254입니다.

